노동법 반대 시위 소식을 전한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10일자 신문 1면 캡쳐.
<iframe width="330" height="55" src="http://adexview.new-star.co.kr/adtext.php?data=1882|2538" frameborder="0" scrolling="no"></iframe>
해고 요건 완화, 초과근무 연장 등을 담은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9일 프랑스 전역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고등학생들도 시위에 동참하면서 100곳의 학교가 수업을 중단해야 했다.
르 몽드의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파리와 릴, 툴루즈, 리옹 등 프랑스 전역 150곳에서 노동법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 추산으로 40~50만명, 내무부 추산으로 22만4000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보르도와 툴루즈에서는 비가 오는 와중에도 1만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모였다.
9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노동법 개정 반대 시위의 규모. 그래픽 출처:르몽드 캡쳐
이날 정오 무렵부터 파리 ‘공화국 광장’(la place de la Republique)에 모인 학생들은 “엘 코므리, 당신은 실패했다. 청년들이 거리에 나왔다”고 외쳤다. 이들 중 일부는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법학부 건물 앞에 모여 풍자적인 악령 퇴치 행위극을 벌였다. ‘일하고, 복종하고, 소비하라’라는 도발적 기원문으로 인기를 끈 배우 귀스포 알레상드로는 이 행위극에서 “우리에게 타인을 짓밟으라고 가르치는 성스런 경쟁에 감사한다”며 노동법 개정안을 비꼬았다.
법안에 반대하는 측은 정부가 친기업적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고용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어 프랑스에 근무하는 파트리샤 데샹은 뉴욕타임스에 “그들은 우리를 ‘클리넥스 노동자’로, 쓰고 버리는 노동자로 만들고 싶어 한다”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취약한 사회 안정망은 (노동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훨씬 더 나빠질 것이다”고 말했다. 파리 시내 한 대학의 법학과 1학년생인 프랑수아는 르몽드에 “고용자에게 유리한, 완전히 불균형적인 법안”이라고 말했다.
올해 18살인 고등학생 알빈드는 “법안은 완전히 기만적이다”며 “우리는 내일의 노동자이며, 이 법안은 노동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전국학생연맹은 오는 17일 두 번째 반대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르 파리지앵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70%는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법 개정 온라인 반대 서명에는 현재까지 프랑스에서 진행된 온라인 서명 운동 중 가장 많은 수인 124만명이 참여했다.
■프랑스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 어떻길래
프랑스의 실업률은 10%를 넘고, 실업자는 380만명에 달한다. 실업률을 낮추지 않으면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해 마뉘엘 발스 총리, 엘 코므리 노동장관이 노동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실업 문제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주요 원인을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주 35시간인 노동시간을 노사 합의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노동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따 ‘엘 코므리 법’(loi El Khomri)으로도 불린다.
발스 총리는 이달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 고용을 꺼리면서 지난해 민간 부문의 신규 일자리 중 90%가 저임금 단기 계약직으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주 35시간 근로제’를 명시적으로 폐기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핵심 내용을 허물고 있다. 주 35시간을 초과해 일할지 기업별로 투표해 결정할 수 있으며 초과근무수당도 산별협약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예외적인 경우에는 직원들이 주당 60시간도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 35시간 이상 근무가 현재보다 더 보편화하고 초과근로수당도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노동법 반대 시위 소식을 전한 리베라시옹의 기사, <초과근무 대신 사랑을 하라>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