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앞둔 5개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 임금단체 협상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GM과 쌍용차는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휴가에 들어간 반면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해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는 31일 "회사와의 올해 임금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곧바로 파업 수순을 밟기로 했다. 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한 후 휴가 이후인 8월 중순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사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반면 한국GM은 이날 올해 임단협 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률 54.7%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쌍용차에 이어 업계 두 번째로 올해 노사 협상을 매듭지었다. 한국GM 근로자들은 이날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격려금 650만원을 받고 오는 4일부터 휴가에 들어간다. 지난 23일 '5년 연속 무분규 협상 타결' 기록을 세운 쌍용차 근로자들도 최근 생산 목표 달성 장려금 200만원을 받고 휴가길에 올랐다.
◇통상임금이 가장 큰 불씨
통상임금 범위 확대 문제는 올해 노사 협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통상임금이란 월급이나 시급(時給) 등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로, 퇴직금과 각종 근무수당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 작년 말 대법원이 정기적·고정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후 이 문제는 올해 노사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GM과 쌍용차는 대법원 판례로 인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을 더 이상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사측은 노조 제안을 최대한 수용하면서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특근이나 잔업 등 초과 근무가 현대·기아차에 비해 많지 않아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GM과 쌍용차 노사가 통상임금에 합의하자 현대차노조도 "즉각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라"며 사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현대차 사측은 "한국GM·쌍용차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2개월 기준으로 15일 이상 일해야 상여금을 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통상임금 성립 요건인 고정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또 일부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법원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의 경우에는 노조가 전환 배치한 인력을 복귀시키고 승급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 측은 "회사의 경영·인사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이 사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추가 교섭을 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8월이 분수령 될 듯
현대차의 경우 특별한 합의책이 나오지 않으면 8월 중순 이후 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노사 모두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현대차노조는 금속노조 산하 최대 조직이기 때문에 노동계에서 지니는 상징성이 크다. 그만큼 쉽게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회사 측도 원화 강세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아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노조가 15일 파업을 강행하면서 1조원 이상의 생산 손실을 냈고 해외시장 판매에도 차질을 빚었다.
르노삼성은 노조가 지난 22일과 25일 부분 파업을 한 데다 휴가가 끝나는 4일 이후 파업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측은 "이미 매출액 기준 100억원 가까운 매출 손실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