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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8-18 09:25
최소한의 정의마저 외교적 술책에 종속시키는 자본주의 지배자들
 글쓴이 : 뿌리
조회 : 1,167  

함께 있어서 즐거운 자들 - 이들에게 위안부 문제란 과연 무엇일까? (사진_연합뉴스)

진즉 진상이 규명되고, 가해 국가인 일본의 명확한 사과와 정당한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할 사안이었지만, 이제껏 위안부 문제는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내버려져 있었다. 일본 정부는 수세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며 그냥 잊히기를 기대했다. 미국 정부도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 방관자적 태도를 취해왔다. 한국 정부는 국민여론을 고려해 위안부 문제에 소리를 높이곤 했지만, 그 강도는 결코 높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 외교무대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한국 박근혜 정부는 강도 높은 목소리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이제까지의 태도와는 달리 ‘위안부 문제 사과’를 일본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반대로 일본 아베 정부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고노 담화마저 다시 검증하겠다면서 기존에 했던 사과까지 무로 돌리고 있다. 왜 갑자기 위안부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는가? 동북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태전개를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 속에서 정치적으로 이해해야 그것에 대해 올바르게 대답할 수 있다.

제국주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제국주의 단계에 이른지는 상당히 오래 전이다. 제국주의 단계의 극명한 결과물이었던 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벌써 100년이 흘렀다. 그러나 제국주의의 핵심 속성들은 지금까지 전혀 변함이 없다. 그 무렵 레닌은 제국주의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제국주의의 특징은 정확히 농업지역뿐만 아니라 가장 고도로 공업화된 지역까지도 병합하려고 분투한다는 점이다(벨기에에 대한 독일의 욕망, 로렌에 대한 프랑스의 욕망). 왜냐하면 세계가 이미 분할돼버렸다는 사실이 그들을 ‘재분할’ 계획으로 몰아붙여 ‘모든 종류’의 영토에 손을 뻗치게 만들기 때문이며, 헤게모니를 쥐려는 몇몇 열강들 간의 경쟁이야말로 제국주의의 본질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 경쟁에서 열강들은 자신에게 직접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경쟁자를 약화시키고 상대의 헤게모니를 잠식하기 위해서 영토를 정복하려 든다(독일에게 벨기에는 영국에 맞선 작전기지로서 특히 중요하며, 영국은 독일에 맞선 작전기지로서 바그다드가 필요하다).”(󰡔제국주의론󰡕)

제국주의 질서의 본질은 자본주의 세계경제에서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강대국들 사이의, 그리고 이 강대국들과 연결된 각 진영 사이의 경제적·정치적·군사적 경쟁과 충돌이다. 제국주의 질서는 끊임없이 변동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의 경쟁은 끝없이 진행되며, 그 경쟁의 결과는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트로츠키가 말한 ‘불균등 결합발전 법칙’이 작용한 결과물이다.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은 선발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험을 압축하면서 더 빠르게 발전하는 경향이 있기에 세력관계는 변동하기 마련이다. 이런 변동이 일어나는 결정적 국면에서 기존에 우위를 점했던 진영은 그 우위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진영은 그 우위를 깨려하면서 ‘세계 재분할 전쟁’이 발발하곤 한다. 가령 1, 2차 세계대전은 선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 영국, 프랑스를 한 진영으로 하고, 후발 자본주의 국가였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다른 한 진영으로 하는 두 진영 사이에서 발발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새로운 패권 다툼

1, 2차 세계대전을 뒤이은 ‘세계 재분할 전쟁’은 냉전시대를 선도한 미국 등 친서방진영과 소련진영 사이에서 일어났다. 두 진영 사이의 대립은 소련진영이 소련 붕괴 이후 힘을 잃으면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제국주의 세력들 사이의 분쟁과 대립이 소멸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진영에 맞서는 새로운 진영을 꿈꾸면서 미국 주도의 구 진영과 중국 주도의 신 진영 사이의 패권 다툼이 점차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힘이 더 성장하고 그에 비례해서 중국과 동맹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두 진영 사이의 제국주의적 갈등과 패권 다툼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

이미 미국 지배계급은 세계적 차원에서 가장 큰 위협을 중국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외교의 중심축이 중국에 맞선 포위전략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이미 오래다. 가령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toward Asia) 전략은 미국의 전략적 관심을 중동에서 상당 부분 아시아로 옮긴 것이다.

미국의 전략의 핵심은 군사력과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움켜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 지배를 위협하거나 심지어는 미국을 젖히고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맹주로 중국이 부상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원에 대한 통제권에서 핵심고리는 바로 중동에서의 패권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중동에서 거듭되는 전쟁과 야만적 분쟁에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중국을 봉쇄하는 군사력에서 결정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지역이 바로 동북아다. 일본과 한국과의 동맹을 고리로 중국을 바로 턱밑에서 압박하고, 여기에 동남아국가들을 결합시켜 포위하는 것이다.

이러한 포위전략은 세계적인 경제적 지위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더욱 거세질 것이다. 동시에 이에 맞선 중국의 반격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 경제적 지위가 더욱 상승하고, 또한 단순히 압도적인 인구 수에 힘입은 경제적 부의 총량을 넘어서서 질적 측면에서도 생산성이 높아지면 중국의 반격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즉 패권 다툼이 더욱 격렬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동북아는 양 진영 사이의 군사적 격돌의 진앙지가 돼 요동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제국주의 다툼의 화약고인 중동의 자리를 동북아가 물려받을 위험성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특히 자본주의 세계경제위기의 파고 속에서 위기를 전가하기 위한 제국주의 진영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은 그 위험성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세계대공황과 1, 2차 세계대전이 맞물린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듯 말이다.

두 거대 진영에 꽉 끼인 한국 자본가계급

이미 그 조짐은 동북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외교 공방전의 비밀도 거기에 있다. 일본 아베 정부는 중국과의 대립을 격화하고, 그 속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면서 일본의 재무장을 꾀하고 있다. 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체제를 군사적으로 더 굳건히 해야 하는 미국은 이런 일본의 재무장을 이제껏 방관해왔다. 아니 환영했고, 배후에서 조장해왔다. 미국은 동아시아전략의 핵심을 중국을 겨냥한 포위망 구축으로 인식하면서, 미·일 연합훈련의 빈도와 강도를 높여왔고 최근에는 미·일 섬 탈환 연합훈련까지 진행했다. 이런 미국의 전략에 편승해, 일본 정부는 중·일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을 야기해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중국과 일본 간 분쟁을 격화시켜 일본 재무장의 대내적, 대외적 명분을 축적해왔다.

군사적 무장과 동맹을 강화하는 미국, 일본 정부의 입장에 비해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한국 정부는 이제껏 미국의 군사적 우산 아래 놓여 있었고, 이런 군사적 동맹은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상황은 변화했다. 현재 한국경제는 미국보다 중국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02년 이후 한국의 중국 수출이 급속히 증가하여 현재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 국가가 되었다. 이제 중국은 한국의 제1위의 무역 상대국이다. 게다가 이미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자기 앞에 떨어진 급한 불부터 꺼야 할 처지가 돼, 위기에 빨려드는 한국 자본가들을 구원할 여력이 없다. 오히려 미국은 자국의 경제위기를 타국에 전가하는데 급급한 취약한 상태로 내몰려 있다. 반면 당분간 중국은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동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중국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위상은 계속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모순이 발생한다. 한국 자본가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자본가계급은 정치적, 군사적으로 여전히 미국과 긴밀한 동맹 상태에 있다. 한국 부르주아언론들은 이런 모순에 대해 “정치·군사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실리외교”로 대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바로 이러한 전략이 최근 한국 정부를 관통하는 외교전략의 핵심이다.

한미일 동맹과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 또한 놓칠 수 없는 한국 지배계급은 모순 속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다. (사진_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크게 자극할 것이 분명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강화는 한국 정부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은 과거보다 더욱 강화된 삼각군사동맹을 요구하면서 중국과 정치·군사적으로 완전히 손을 끊는 적대적 관계를 한국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가령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일본이나 태평양상의 미군기지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체계인 사드(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하자고 집요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5월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반도에 싸드(THAAD)가 배치되면 한중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경고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미국의 압력은 갈수록 더 거세질 것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제국주의적 패권 다툼은 중국의 힘이 강화됨에 따라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고, 격화되는 세계경제위기가 여기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외교적 술책을 통해 현 상태를 어떻게든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바로 그것을 반영한다.

위안부 문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압력을 조금이라도 모면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꺼낸 카드가 위안부 문제다. 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도와 템포를 늦추는 명분으로 삼는 것이다. 이제껏 굴욕외교를 감수하면서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던 한국 정부가 갑자기 정의의 사도라도 된 것처럼 위안부 문제를 앞세워 일본 정부와 대립하는 외관을 연출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역사적 불의에 맞선 정의실현이 아니라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카드로 꺼내든 것은 일본 정부가 쉽사리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에는 20년 이상의 장기불황으로 거대한 사회적 모순이 누적돼 있다. 아베정부는 군사적 재무장을 비롯한 극우 군국주의를 통해 그런 사회적 모순이 잉태한 에너지를 엉뚱한 곳으로 유도하고 나아가 경제위기를 타개할 활로를 찾으려 한다. 군국주의로 내달려야 할 아베 정부에게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아무리 형식적인 것이라도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고삐를 늦출 생각도, 여유도 없다. 중국 포위전략의 실현을 위해 미국과 동남아국가 간 기지사용을 포함한 군사협력, 일본과 동남아국가들 간의 군사협력 등 동남아까지 군사동맹의 범위를 넓히는 데 분주한 것이 지금 미국의 모습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강화에 미지근한 태도를 취하는 명분으로 삼는 위안부 문제를 치워버리는 것이 절실하다. 이제껏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방관, 침묵, 조심스런 반응으로 일관했던 미국 정부는 갑자기 정의의 사도인양 둔갑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위안부 관련자들이 포함된 일본 전범 35명을 입국금지 리스트에 올리면서도 그 명단과 범죄행위를 결코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 미국 정부였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월말 방한 때 기자회견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끔찍하다, 지독하다, 쇼킹하다(terrible, egregious, shocking)”고 강도 높게 일본을 비난했다. 또한 벤트렐 백안관 대변인은 “우리가 그동안 수차례 말해왔듯이 1930년대와 40년대에 성을 목적으로 여성을 인신매매한 행위는 개탄스러운 것이며 중대한 인권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본심은 따로 있다. 하원 군사위 소속 로레타 산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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