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발표한 담뱃값 인상 방침이 ‘서민 증세’ ‘꼼수 증세’ 논란을 낳고 있다. 조세저항이 큰 직접세나 법인세 등 부자 증세로 세수를 확충하는 대신 서민 부담만 키우는 간접세 인상을 추진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증세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반론이 커지면서 ‘흡연율 감소’라는 명분마저 빛이 바래는 형국이다.
정부는 금연대책으로 현재 종량세인 담뱃세 체계를 종량세·종가세 혼합세율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담배 1갑(판매가 2500원 기준)당 부과되는 제세부담금을 1550원에서 2724원으로 올리고, 기존에 없던 개별소비세 594원을 종가세(가격 비례 과세) 방식으로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상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담뱃값은 80% 인상되고 제세부담금은 2배 이상 오르게 된다. 담뱃값 중 제세부담금 비중도 62%에서 73.7%로 올라간다. 판매가격보다 세금 인상률이 더 커지는 셈이다.
문제는 제세부담금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담배를 살 때마다 내야 하는 간접세라는 점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층일수록 담뱃값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신설되는 개별소비세는 종가세 방식이므로 고가 담배의 가격 인상폭이 저가 담배보다 커진다”고 밝혔으나, 개별소비세가 전체 제세부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명백한 간접세 증세”라며 “증세를 하겠다면 상대적으로 담세력이 있는 고소득자, 재벌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누진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담뱃세 증세로 늘어나는 세수는 소방등 국민안전과 관련된 곳에 쓰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담배소비량의 감소폭이 변수지만, 2000원을 올리면 2조8000억원의 세수가 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담뱃값 인상안의 국회 통과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야당이 반대해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부자 감세는 그대로 둔 채 담뱃값 인상으로 구멍난 곳간을 채우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담뱃값 인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상폭은) 더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담뱃값 인상은 소비자물가를 0.6%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려고 전형적인 서민 증세에 나서면서 이를 덮기 위해 ‘담뱃세’ 대신 ‘담뱃값’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