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실시한 두산인프라코어의 구조조정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다. 3000여 명의 사무직 직원 중 40%를 줄이는 대규모 인원 감축에다 올해 입사한 23세 사원까지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퇴직 대상에 올린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게는 '대기발령'을 내리고 노무교육을 진행하면서, 휴대전화 사용 금지, 회고록 작성 등을 강요한 것도 언론 보도에 의해 밝혀졌다.
두산 인프라코어의 부채 규모나 분기 이익 면에서 심각한 경영상 위기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영진의 책임은 묻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만 '해고'에 가까운 명예퇴직을 강요했다는 점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두산 인프라코어에서 일하다가 이번 구조조정에서 '희망퇴직'을 선택한 A씨에게 퇴직을 선택하게 된 이유, 직원 입장에서 본 구조조정 과정 등에 대해 물었다. -기자 말
*아래의 글은 두산인프라코어 전 직원 A씨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나는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3차 구조조정 때 '희망퇴직'을 신청해 회사를 떠났다. 올해에만 두산에선 3차례의 구조조정이 있었다. 믿었던 회사였는데, 솔직히 배신당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앞으로 수조 원을 떠안고 침몰해 가는 회사를 떠나게 되어 후련한 마음도 든다.
일단 회사를 떠나긴 하지만 기계업종들이 줄줄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또 경력으로 쓰기에는 회사를 다닌 기간이 애매하기도 하다. 지금 나는 내년 상반기 신입 입사를 생각하고 있다.
떠나온 회사이긴 하지만 두산 구조조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회사가 어려워졌으면 임원 등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의해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음을 직원들에게 사죄하고 임금동결·성과급 억제 등의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협상을 해야 했다. 하지만 두산 인프라코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협상과 의사소통의 과정 없이 돌연 인원 정리에 들어갔다. 그것도 3차례에 걸쳐서.
해고에 가까운 희망퇴직이었다. 미리 명단을 선정해서 면담을 하고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식이었다. 버티겠다는 사람에겐 위협적인 언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회사에서 나가게 한 것이 '희망퇴직'이라는 말과 어울리는지 의문이다. 퇴직서 서명 자체가 본인의 자율의사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지금 언론 보도에 나오는 분들과는 다르게 내 의사로 희망퇴직서를 제출했다.
동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버티는 사람들은, 억울하다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면 나처럼 나가는 것으로 결심한 경우는 쿨하게 때려치우고 나갔다. 어차피 남아 있는 사람도 벌벌 떨면서 이직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앞으로 나올 제품의 품질 문제도 있을뿐더러 업무 진행에 있어서라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전과 같이 일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회사에 대한 실망이 크냐고? 이젠 딱히 없다. 나보다는 오랫동안 일해 왔던 사람들의 실망이 더욱 클 것으로 본다. 그저 떠난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모두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만 있다.
다만 두산 인프라코어의 미래는 어둡다. 공작기계를 매각한다고 해도 부채비율이 약간 낮아질 뿐이다. 밥캣 인수자금에, 영구채발행 이자로 인해서 부채에 허덕일 가능성이 높다. 인원 감축과 1분기의 판매 실적 등으로 인해 잠깐의 실적은 반짝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