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지푸라기가 아니라 노동자투쟁

노동법 개악안 국회 통과와 일반해고·취업규칙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새정치연합이 노동법 개악안 중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법 개악안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중지란에 빠진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노동법 개악안 처리를 순순히 합의해주면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노동자들의 지지도 잃어버려 폭삭 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 개악 과정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새정치연합은 말로만 반대하다가 정작 중요한 고비에선 정부의 개악안을 맞장구쳐 주면서 배신을 거듭했다. 그들은 지금도 물밑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데 여론이 조금만 불리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연말은 아니더라도 1월 8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 안에 언제든 합의처리를 해 줄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다른 한편으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계속 압박하고 있고 긴급경제명령권 발동도 검토하고 있다. 배신을 거듭했던 자본가야당에 기대선 노동자투쟁은 강해질 수 없고, 노동자투쟁이 강해지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부의 공세를 저지할 수 없다.

현장노동자들이 움직여야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도 희망퇴직을 강요하면서 올해만 1500명을 내쫓은 두산그룹의 오너 일가 33명은 수백억대의 배당금을 챙겨갔다. 바로 이게 지금 헬조선의 현실이다. 일반해고, 파견노동 확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은 이 악랄한 자본가들에게 달아주는 황금날개다.

그뿐만 아니라 장시간·저임금 노동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새누리당의 근로기준법 개악안에는 자본가들이 주장한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시간을 두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휴일노동을 연장근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무력화시키면서 연장 근로 한도를 기존 12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려 주 60시간제를 도입하려 한다. 휴일 노동에 대한 가산수당도 삭감한다.

총파업의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총파업은 제대로 불붙기도 전에 사그라들 운명에 처해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28~30일 총파업을 1월 8일 직권상정 시 총파업으로 미뤘다. 파업다운 파업 한 번 못해보고 패배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지도부에 총파업 돌입을 호소하고 스스로 나서는 것이다.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때

노동개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던 박근혜 정부에게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겉으로 보면 새정치연합이 합의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깊은 사회적 배경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이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행보는 그 배경의 작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총파업은 노동개악을 저지하고 반격을 개시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 분노하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결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싸울 때만 설사 패배하더라도 미래의 싸움을 위한 거름을 남길 수 있고 정부를 후퇴시킬 수 있다. 포기하지 말자! 전면총파업을 위한 노동자의 목소리가 더 넓게 울려 퍼지게 하자!